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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이야기
   작성일 : 2003-08-02, 04:40:13 name : galmae hit : 18079
   글제목 : <한심남녀 공방전> 6.대구빡과 모친의 만남

출처: 마이클럽 글쓴이: chldhsrb


6.대구빡과 모친의 만남.

나는 버스가 우리아파트 앞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다 열리지도 않은 문틈으
로 똥배를 긁혀가며 뛰어내렸다.
가슴부위보다 배 부위에 더 많은 마찰이 느껴진다는 사실에 순간 일말의 서글
픔을 느꼈지만 나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검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아파트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대구빡 역시 여기서 내리리란걸 알고 있었다.
대구빡과 한발짝이라도 멀리 떨어지는 것만이 이 사회에서 내가 영원히 생매
장 당하지 않는 길이었다.
라면먹고 뛴 임춘애 이후로 침체되었던 우리나라 육상계에 새로운 부흥의 신호
탄을 쏘아올리며 나는 고독한 역주를 펼쳤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여 대한민국 낭자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떨치고
나는 자랑스럽게 말하리라.
'마늘먹고 뛰었어요'
드디어 아파트 단지내로 진입했다.
장장 200미터에 이르는 극한의 레이스를 이겨내고 이제 결승점인 집이 코앞인
것이다.
나는 벗겨지려는 모친의 고무쓰레빠를 추스리며 더욱 처절한 몸부림으로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그런데 순간 느껴지는 이 정체불명의 허전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뒤를 돌아보았다.
대구빡의 상당히 뒤쳐진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한 듯 허리를 구부리고 서있었
다.
왠지모를 이 허전함은 경쟁자없는 단독레이스의 고독함이런가.
그순간 대구빡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놀라움과 기쁨을 애써 숨기려는듯한, 그러나 어쩔수없이 터져나오는 억
눌린 신음이였다.
허리를 펴고 일어선 대구빡의 손에는 네모난 형체의 종이같은 것이 들려있었
다.
그것은 어쩐지 낮익은 형상이었다.
이럴수가!
나는 얼른 뒤돌아 센터를 뒤져보았다.
없었다......
고기집 화장실 변기위에서 장고 끝에 빤스안에 숨겨뒀던 2만원이 없었다.
오랜세월 축적된 세탁을 이기지못해 이제는 걸레가 되어버린 빤스의 상태를 참
작하지 못하고 대구빡과 멀리 떨어져야한다는 일념만으로 무리하게 시도했던
과도한 몸부림이 화근이었다.
나는 혼비백산하여 대구빡에게 달려갔다.
내 피와 바꾼 2만원은 두 번을 곱게 접혀 살짝 구부러진채 대구빡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거 내돈이다'
'웃기지 마라'
너는 웃긴 표정마저도 그리 살벌하더냐.
대구빡의 얼굴은 습득한 거금을 사수해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살기마저 번득
였다.
'내끼다. 내놔라'
'니꺼라는 증거인나?'
나는 그 증거로 내 똥배의 포물선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접힌돈의 곡선을 제시
하였다.
그러나 대구빡의 내 똥배의 포물선이 돈의 곡선보다 훨씬 불룩하다는 반론을
펴며 내가 제시한 증거를 기각하였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나는 2만원을 탈환하기 위해 육탄전을 감행하였다.
그러나 대구빡의 방어태세 또한 만만치 않았다.
쭉뻗은 한팔로 나의 이마빡을 짚어 내 모든 공격을 사전 차단하는 바람에 나
의 핵주먹은 덧없이 허공을 가를뿐이었다.
이대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판세였다.
특단의 조취를 강구해야만 했다.
'니 고대로 잠시만 대기해라'
나는 모친의 고무쓰레빠를 한짝 벗어들었다.
그리고 대구빡을 등지고 쭈그리고 앉아 쓰레빠 밑창에 돌을 박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박기 작업은 예상치 못한 난항을 거듭했다.
처음 잡은 돌은 너무 커서 구멍에 들어가지 않았고 다음으로 선택한 돌은 너
무 작아서 쑥 빠져 버렸다.
세 번째 돌을 집어드는 순간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쭈그려 앉은 내 온몸을 덮
었다.
그 검은 그림자가 조소를 날렸다.
'욕본다. 내가 낑가 주까?'
저 놈은 또 다시 한 여자의 전재산을 가로채고도 뻔뻔하게 버티고 서서 비웃
고 있단 말인가.
나는 벌떡 일어나 미쳐 옵션을 가미하지 못한 쓰레빠를 대구빡에게 휘둘렀다.
'이미 간파한 전법이다'
대구빡은 한손으로 내 팔목을 잡고 다른손으로 쓰레빠를 뺏었다.
그런데 대구빡의 양손은 2만원이 흔적없이 사라진 빈손이었다.
'내 돈 우엤노?'
'옛날에 내 주머니에 드갔다 와?'
나는 마늘의 마지막 힘을 그러모아 내 팔목을 잡은 대구빡의 손을 뿌리치고 대
구빡의 바지 주머니를 후벼파기 시작했다.
'이기 환장했나? 어데 남자 다리를 더듬노?'
'와 더듬키니까 갑자기 땡기나?'
'니 보고도 땡기는 놈인나?'
금품갈취로도 모자라 인신공격까지 퍼붓는가.
참으로 천인공노할 놈이로다.
나는 하늘을 찌르는 분노의 힘으로 대구빡의 주머니를 끝끝내 후벼파 2만원을
꺼내 손아귀에 꼭 움켜잡았다.
대구빡이 다시 내팔을 잡으며 반격을 감행하려는 순간....
'메리 니 거서 뭐하노?'
모친이었다.
10미터 전방에서 나에게 쓰레빠를 선점당한 모친이 부친의 쓰레빠를 끌고 다가
오고 있었다.
대구빡과 나는 서로 팔이 엉킨채 마주보고 선 자세로 모친을 바라보고 있었
다.
나는 대구빡에세 긴박하게 경고했다.
'저 아줌마랑 눈 마주치지 마라'
'와?'
'와고 나발이고 퍼뜩 튀라'
그러나 대구빡은 사태의 중차대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빡은 내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가 선 모친과 눈이 마주치는 크나 큰 과오
를 번하고야 말았다.
대구빡을 바라보는 모친의 눈빛은 희미한 가로등 불빛속에서도 번득이는 섬광
을 내뿜었다.
'총각은 누고?'
나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태에 재빨리 개입했다.
'모르는 놈이다'
'모르는 놈이랑 이래 친밀한 포즈를 취하고 있단 말이가?'
모친의 눈에는 내가 남자하고만 있다면 서로 칼부림을 하고 있다 해도 친밀한
포즈로 보일 것이다.
나는 대구빡에세 잡힌 손을 뿌리치고 2만원을 주머니에 얼른 쑤셔넣으며 물타
기 작전을 시도했다.
'어디 가는 길이가?'
'낼 아침에 국 끼릴라꼬 콩나물 사러 간다'
나는 자연스럽게 유인작전을 폈다.
'그라마 사러 가라'
그러나 모친은 나의 제안을 단호하게 무시했다.
모친의 번득이는 시선은 계속 대구빡에세 꼽혀있었다.
'총각은 메쌀이고?'
'넘으 나이는 와요?'
대구빡은 나와 모친을 꾸지그리한 시선으로 번갈아 응시하며 작금의 사태를 파
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모친은 사악한 표정으로 대구빡을 회유했다.
'어른이 물으마 대답하는기다. 메쌀이고?'
'29살이라요'
모친이 나에게 감탄의 눈빛을 날렸다.
'아따, 니 재주 조으네'
나는 대구빡을 야렸다.
4살이나 어린놈이 그동안 나에게 그다지도 물 흐르듯이 반말을 했단 말인가.
'대가리 피두 안마른기 확..... 내 첫사랑에 실패만 안했으마 니만한 아들 두
개는 있다'
'니 배보니까 내만한거 두 개는 널널하이 나오겠네'
모친이 나의 발언을 계기로 대구빡의 대구리로 주의를 돌렸다.
'젊은놈이 머리는 와 벌시로 홀랑 까젼노?'
대구빡이 거세게 항거했다.
'까진거 아이라요. 일부러 민거라요'
'흉칙하구로 와 그래 다 밀언노?'
'머리카락으로 단백질 빠져 나가지 말라꼬요'
고기 쳐먹을 때 니가 단백질에 얼마나 목마른지 내 진작 간파했다.
'하는일은 뭐고?'
'글 쓰는데요'
'뭐쓰는데?'
'무협소설요'
'작품이 뭐고?'
'풍운도사의 백팔번뇌 1,2권요'
'그기 다가?'
'출판사 망해가 2권까지밖에 몬나왔으요'
대구빡아. 앞으로 펼쳐질 너의 인생이야말로 일억팔천만가지 번뇌로 점철될것
이 확실하구나.
'그런거 쓰가 묵고 살건나?'
자신의 작품세계를 모욕당한 대구빡은 모친에게 역공을 가해왔다.
'남이사 묵고살든 말든 아줌마가 와 상관인교?'
모친이 드디어 숨겨진 마각을 드러내었다.
'니가 앞으로 메리 믹이살리야 될거 아이가?'
대구빡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반달곰도 방뇨후 몸을 떠는지 확인한바는 없으나 그렇다면 필시 저런 형상이리
라.
'세트로 미치쓰요?'
'뭐시라?'
대구빡은 모친과 나를 싸잡아 광녀로 매도하고는 분노의 발걸음으로 온 아파
트 단지를 울리며 멀어졌다.
대구빡의 갑작스러운 인터뷰 거부와 돌출발언에 분노한 모친은 길길이 날뛰며
대구빡을 추적하려 했으나 부친의 쓰레빠로는 역부족이었다.
'야, 다마대가리! 거기 딱 몬서나?'
나는 모친의 화살이 나에게 날라오기전에 열나게 집으로 튀었다.
날 듯이 내방에 전격 입성한 나는 불도 켜지않은 어둠속에서 극한의 스피트로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방바닥에 깔고 옷을 벗고 이불안으로 들어가 죽은 듯이
자는척했다.
잠시 후 방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이어 또깍 불키는 소리도 들려왔다.
착 가라앉은 모친의 목소리가 머리 바로 위에서 들렸다.
'돈 내놔라'
이 사태를 빨리 마무리 지으려면 모친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길밖에 없었
다.
나는 가슴에 흐르는 피눈물을 삼키며 잠결에 몸부림 치는척 하면서 2만원을 이
불밖으로 쓱 밀었다.
부스럭거리며 모친이 2만원을 수거하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꼭 감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만을 기다렸으나 방안에는 침묵만이 감돌뿐이
었다.
폭풍전야의 고요인가.
나는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동태를 살피려 한쪽눈을 실눈으로 살짝 떴다.
아....그것은 크나 큰 실수였다.
기다리고 있던 모친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모친은 내 덮혀있던 한쪽 눈까풀을 손가락으로 직접 까주었다.
모친이 흐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것은 엄청난 분량의 랩을 한 호흡에 쏟아내기 위한 폐활량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걸리면 minimum이 두시간이었다.
모친의 전공인 식단고문에 이어 부전공인 랩고문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들어나 보았는가.
preacher rap 이라고....
(gangster rap의 반동으로 East Coast 지역을 중심으로 새롭게 태동한 rap의
사조-작가주)
이 말을 믿는 사람들은 손들어보라.
놀랍게도 손을 드는 사람이 하나 둘 눈에 띈다.
손든 사람은 복창하라.
나는 치킨헤드다!
모친 드디어 랩을 시작한다.

내가 널 얼마나 힘들게 낳았는데
니는 왜 이렇게 내속을 디비는데

어엿한 직장이 하나 있길하나
글타구 시집갈 놈이 있길하나

나이는 쳐먹을대루 쳐먹어가꼬
밥이나 배가터지게 쳐먹어싸꼬

낮에는 주구장창 디비져자구
밤마다 하구한날 문신새기구

(코러스-자빠졌네 예이예~)

오옷...모친이 어떻게 나의 은밀한 비밀을 알고 있단 말인가.
부끄러움에 살포시 이불을 덮어 얼굴을 가린다.
모친의 랩은 이만 생략하련다.
여기에 다 옮기자면 날밤까야된다.
모친의 랩은 라임이 예술이다.
한때 우리아파트 라인에는 김진표가 우리집 문앞에서 울고 갔다는 흉흉한 소문
이 돌았었다.
모친은 결국 두시간을 꼬박 채우고 난 후에야 벌겋게 충혈된 나의 눈을 손수
감겨주고 나갔다.
나는 고강도의 고문으로 인해 초토화된 육신과 황폐화된 정신으로 흐물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휴지를 뭉쳐 대구빡의 인형을 만들었다.
나는 핏발선 눈으로 이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대구빡의 인형에 바늘을 꼽고
또 꼽았다.
그날밤 밤새 인형이 갈가리 찢기도록 바늘을 꼽은 나의 퀭한 눈 주위로는 도깨
비 불이 둥둥 떠다녔으며 아파트 단지 어디에선가 어둠을 가르며 처절한 반달
곰의 절규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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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nn] 별로 조회수도 올라가지 않는 이곳에 이렇게 열심히
재밌는 글을 옴ㄹ겨다 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실은 또 궁금해서.... ^^;;
압박이랍니다.
<2003.08.18>

218.39.1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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