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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이야기
   작성일 : 2003-09-22, 05:20:15 name : galmae hit : 6340
   글제목 : <한심남녀 공방전> 12.헝그리 데이트

[출처: 마이클럽 // 글쓴이: chldhsrb]

오늘은 드디어 불법문신시술로 얼룩졌던 내 오욕의 역사를 새로 쓰는 날이다.
선도맨과의 데이트가 바로 오늘 저녁인 것이다.
사랑의 기적이란 이런것인가.
북풍한설 몰아치던 내 인생에 찬란하게 떠오른 쌍무지개는 온세상을 아름다운
무지개빛으로 물들였다.
출근하는 신입사원에게 미각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후각에 있어서도 변과 상당
한 유사성을 확보하고 있는 쌩된장 덩어리를 멕인 모친도 아름다워 보였고 먼
지덮인 진열대 사이를 누비며 무아지경에 빠져 새로운 스텝을 연습하고 있는
늙은제비도 아름다워 보였다.
심지어 엄마가 해준 밥 같다며 유통기한 지난 햇반을 퍼먹고 있는 존나1마저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한창 성장할 청소년기에 쉰밥만 퍼먹고 있는 가여운 소녀의 모습이 너무
도 안타까워 존나1에게 동원양반김을 가져다 주었다.
존나1이 동원양반김에 뿌려진 하얀 소금을 면밀히 관찰하더니 나를 팩 야렸
다.
'뭔 약 뿌리써?'
애정에 굶주리고 자라 진심어린 호의조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
음의 문을 닫아버린 슬픈 소녀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 나는 존나1에게 닥꽝
도 가져다 주었다.
'저의가 뭐고?'
'참 아름다운 세상이다'
나는 존나1이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나의 진심을 느낄수 있도록 화사한 미소
를 날려주었다.
존나1이 파바박 벽에 들러붙었다.
그리고 나를 경계하며 급박하게 핸드폰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존나 알찬다리가 드디어 미치뿌따'
(존나2) '원래 미치 보이든데?'
(전화기 너머 존나2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고 질문하는 분이 아직도 계시
는가. 이제는 알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거는 맞는데 인자 존나 퍼켁트하게 미치뿌따'
(존나2) '문디야. 퍼켁트가 아이고 퍼헥트다'
'맞나? 가스나 공부 쫌 핸네'
(존나2) '우에 미친는데?'
존나1이 부들부들 떨었다.
'내보고....내보고 웃었다'
(존나2) '존나 심하게 미치뿐네'
'우야노?'
(존나2) '마빡에 물파스 발라주봐라'
'그라마 되나? 가스나 니 의대가라'
존나1이 카운터밑을 뒤져 물파스를 꺼내더니 파바박 달려와 내 이마에 물파스
를 쎄리 발랐다.
'지 정신 돌아오나?'
존나1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위한 나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어 이제 존
나1은 타인을 배려할줄 아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소녀로 거듭난 것이다.
나는 아픈 과거를 떨치고 일어나 갱생의 길을 걷기 시작한 존나1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나의 안면근육이 허락하는한 최상급의 화사스트한 미소를 날려주었
다.
존나1이 물파스를 집어던졌다.
'현대의학으로는 불가능한갑다'
존나1. 너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구나.
나는 바닥에 살포시 꿇어앉아 물파스를 가슴에 곱게 품고 아련한 눈길로 창문
을 통해 비쳐드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내 오늘 데이트 한다'
'홧홧. 유머감각 존나 뛰어나네'
'그런소리 쫌 듣는다'
나는 임의로 존나1의 발언을 칭찬으로 분류했다.
존나1이 과도하게 수수한 나의 자태를 훑어보았다.
'쌍으루다 구걸할라꼬?'
존나1이 제기한 동반구걸론은 나의 의상을 진지하게 돌아볼수 있는 계기를 마
련해 주었다.
먼지와 땀이 황금비율로 배합된 민소매티와 산악인 허영호마저도 등반을 포기
해버린 악마의 무릎봉우리가 돋보이는 츄리닝은 역시 선도맨과의 역사적인 첫
데이트에 적합한 의상이라 할수 없었다.
의상협찬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근무시간이 끝나자마자 장모양의 원룸으로 날랐다.
장모양은 있는자답게 간짜장을 먹고 있었다.
'귀신같은 가스나. 딱 맞차 오네'
장모양이 간짜장에 침을 뱉는 추억의 만행을 저질렀다.
'안묵는다'
샤넬 미용실 원장이 집도한 장모양의 쌍거풀이 순간 파르르 떨렸다.
'입덧하나?'
'내가 마리아가?'
'민감한 종교문제 건드리지 마라'
'옷 쫌 빌리도'
'와?'
학창시절에 프랜드들중 상태 양호한 프랜드들은 모두 결혼한 후 최후의 낙동
강 오리알 자리를 놓고 나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장모양에게 사실을 털
어놓는다면 갖은 비열한 방해공작을 펼칠 것은 명약관화한 터.
'그냥'
아...흔들림 없는 무난한 어조는 B+이었으나 창의력이 너무 부족하였구나....
'니 남자 만날라 카재?'
'날카로븐 가스나'
장모양이 간짜장 면발을 흩날리며 붕날라 옷장문을 가로막았다.
'비키라. 시간엄따'
'내 눈에 흙이 드가기 전에는 절때 안된다'
장모양이 옷장앞에 배수의 진을 치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나는 베란다에 놓인 화분의 흙을 후벼파 장모양의 눈에 뿌렸다.
'아악! 가스나야. 은유법도 모리나?'
'내를 실천하는 젊은이라 불러도'
나는 장모양이 쓰러진 틈을 타 재빨리 손에 잡히는 대로 한벌을 탈취했다.
그러나 장모양이 심봉사 포즈로 더듬거리며 의상을 잡고 늘어졌다.
'이거는 내일 입어야 된다'
나는 옷장에서 다른 의상을 꺼냈다.
'이거도 내일 입어야 된다'
옷장속의 의상을 모조리 다 꺼내었건만 장모양은 일관되게 내일 입어야 된다
고 주장하며 조상님 무덤 보듬듯이 옷 무더기를 싸안았다.
'니 내일 떠죽을 예정이가?'
'내일 시베리아 출장간다'
'우리의 15년 우정이 이래 허망한기가?'
'니 남자랑 잘되는 꼴은 절때 몬본다'
'그라마 니가 내랑 결혼해 줄끼가?'
'프로포즈가? 너무 갑작스러버가...시간을 쫌 도'
이 여인은 나를 여태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왔었단 말인가...
여전히 유림의 입김이 선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속
에서 그 무수한 따가운 시선과 손가락질조차 감수할만큼 나를 향한 연모의 정
을 감출수 없는것이냐...
나의 매력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너의 심정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나는 역
시 남자가 좋구나.
나는 장모양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상대여를 포기하고 집으로 튀었다.
내방으로 날라들어간 나는 신데렐라의 기적을 바라며 옷장으로 사용하는 신라
면 박스를 들추었다.
박스 내부의 풍경은 역시 심하게 조촐했다.
아...나는 왜 이런결과를 예상했으면서도 내 자신을 속인것인가...
아직도 70년대의 패션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모친에게 의상협찬을 요청하
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현재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길이었다.
나는 모친에게 오늘 저녁에 데이트 스케쥴이 잡혀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선포했다.
3초후, 나는 모친의 등에 업혀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실을 돌고 있었다.
모친은 지갑을 꺼내들고 서둘러 신발을 꿰어신었다.
'어데가노?'
'지리산약명도사한테 날짜 잡아달라카러'
모친이여.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것 아닌가.
나는 남다른 거시적인 안목을 자랑하는 모친에게 때로는 사안별 미시적 접근
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현재의 진척상황으로 보아 가장 필요한 조취는 의상협찬
이라는 사실을 지적해 주었다.
모친이 활짝 열린 옷장앞에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뭐가 좋겠노?'
'쫌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그런옷 엄나?'
모친은 옷장을 파 뒤집어 여성스럽고 우아한 컨셉에 부합하는 꿈의 의상을 결
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나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사뿐사뿐 현관으로 향했다.
시선을 내리깔고 다소곳이 현관문을 여는 내게 모친은 착수금으로 거금 만원
을 쥐어주며 작전지시를 내렸다.
'오늘 데이트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임하는기다'
모친은 비장한 눈빛으로 최후의 지령을 내렸다.
'오늘밤 돌아오지 마라'
나는 모친의 깊은뜻을 가슴에 새기고 승무를 추며 아파트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앞에는 조끼까지 갖춘 완벽한 쓰리피스 양복의 선도맨이 땀을 줄줄 흘리
며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 기다렸재?'
방탄유리 너머로 차라리 한 마리의 학이 되어버린 나의 자태를 바라보던 선도
맨의 눈동자가 수줍게 빛났다.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구나'
2:8로 완벽하게 마무리한 선도맨의 정갈한 이마에 앞머리가 한타래 흘러내렸
다.
'헤어스타일에 변화 쫌 준네'
'오늘 특별히 신경 썼단다'
'어데 갈긴데?'
'우선 저녁식사부터 하지 않으련?'
'뭐 물긴데?'
'정식이 어떠하겠니?'
역시 선도의 길에 일생을 바친 선도맨답게 밥도 반듯한 정식을 선택하는구나.
선도맨과 나는 나란히 아파트에서 한정거장 떨어진 기사식당으로 향했다.
아파트 앞 비디오 가게를 지날때였다.
불량스러워 보이는 청소년이 비리비리한 청소년을 벽에 몰아세우고 삥을 뜯고
있는 모습이 선도맨의 레이다에 포착되었다.
'시방새야. 돈 내놔라'
삥보이가 시방새의 멱살을 잡았다.
'지...지금 이거밖에 엄따'
시방새가 주머니를 뒤져 후라보노껌 한 개를 내밀었다.
'이 시방새가 완전 내를 씹네'
선도맨이 삥보이와 시방새의 사이로 끼어들어 선도에 적합한 위치를 점유했
다.
'사이좋게 지내야할 친구에게 금품을 갈취하면 안된단다'
'이 시방새가 내돈 사기쳤단 말이라요'
삥보이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이라요. 내는 정당하게 물건을 팔았을 뿐이라요'
시방새가 반론을 폈다.
'무엇을 팔았니?'
'백양 비디오요'
'이 시방새야. 백지연 앵커 9시 뉴스하는거 떠가 주짢아!'
선도맨은 공정한 상거래 확립을 위해 삥보이에게 정품 백양비디오를 보상해 주
도록 시방새를 선도했다.
다시 기사식당을 목표로 길에 올라 담벼락에 기대 세워진 모터싸이클 옆을 지
날때였다.
노랑머리 폭주맨이 막 모터싸이클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선도맨이 모터싸이클 앞을 막아섰다.
'헬멧을 쓰셔야지요'
'화이바 쓰마 스타일 안 살으요'
폭주맨이 폼생폼사 이론으로 반격했다.
'그래도 안전수칙은 지키셔야지요'
'비키요. 얼렁 출동해야 되는구마'
폭주맨은 선도맨을 비켜 모터싸이클 핸들을 꺾었지만 선도맨은 다시 그 앞을
막아섰다.
'사고는 예고없이 온답니다'
폭주맨이 철가방을 부여잡고 절규했다.
'짜장면 다 뿌르요!'
선도맨은 과도한 면발팽창을 염려하며 울부짖는 폭주맨의 머리에 살포시 화이
바를 얹어주었다.
다시 기사식당을 목표로 길에 올라 전봇대 옆을 지날때였다.
팔뚝에 새겨진 용가리 문신과 목에 건 밧줄 금목걸이가 돋보이는 조직맨이 비
틀거리며 전봇대에 수분을 공급하고 있었다.
선도맨이 조직맨의 바지 자꾸를 올렸다.
'여기서 볼일을 보시면 안된답니다'
'이 전봇대 니 구역이가?'
'공중도덕을 지키셔야지요'
'형님은 내가 지킨다'
'지킬 것은 지키시는군요'
'우리도 인자 합법적인 사업만 한다'
선도맨은 조직맨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선도하고 다시 기다리고 서있는 나에게
로 돌아왔다.
아파트에거 기사식당까지 가는 스트리트를 점령한 수많은 악의 무리들을 모조
리 선도하고 드디어 기사식당에 도달했을 때....
결정적으로 식당의 문에는 이미 샤따가 내려져 있었다.
'내가 너무 선도에 열중하였구나. 미안해서 어떻게 하니?'
허기가 지면 시야에 확보되는게 없는 정신파탄자로 돌변하는 나의 본성을 내인
생의 마지막 정거장이 될지도 모를 선도맨에게 절대 들키면 안된다...
나는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옷고름을 물어뜯었다.
'개...개안타'
'오늘은 너무 늦었구나. 식사는 내일 하도록 하자꾸나'
선도맨과 나는 다시 아파트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순간 좌측 담벼락에 위치한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가 파바박 눈에 들
어왔다.
나는 퀭한 눈으로 유령처럼 포장마차 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선도맨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비위생적인 불량식품을 사먹으면 안된단다'
눈이 풀려 나를 가로막고 선 선도맨의 얼굴이 두 개로 보였다.
나는 풀어진 눈으로 힘겹게 두 개의 선도맨을 응시했다.
'내...내도 원래 야채정식밖에 안묵는다'
'눈빛이 참 놰쇄적이구나'
선도맨의 부축을 받아 겨우 아파트 정문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극심한 허기를 견
디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보기보다 몸이 참 약하구나'
선도맨이 쓰러진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순간 선도맨의 발이 내 옷고름을 밟는 바람에 옷고름이 풀어져 저고리앞섶이
풀어헤쳐졌다.
선도맨의 볼이 장미빛으로 물들었다.
'나...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그기 아이고...'
'히야!'
선도맨이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우야!'
나는 선도맨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흐억......대구빡이었다.
대구빡과 선도맨이 서로 아는사이였더냐.
대구빡은 찢어진 눈으로 나를 부축하고 있는 선도맨의 얼굴과 선도맨에게 기대
어 있는 내 얼굴과 풀어헤쳐진 내 저고리앞섶을 차례로 꼴아보았다.
화면좌측끝-대구빡을 바라보고 서있는 선도맨과 나.
화면우측끝-선도맨과 나를 바라보고 서있는 대구빡.
화면 정지되어주면서 자막 깔린다.

-다음주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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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nn] 항상 감사드립니다... ㅠㅠ
보답을 해 드려야 할텐데.
<200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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